[단독]아내 때려 숨지게 한 대형로펌 변호사, 가정폭력으로 두번이나 이혼소송 당해

아내, 괴롭힘·의처증 호소하며 이혼소송 제기

변호사 남편 범행 당일 쇠파이프로 아내 때리고 목졸라

 

아내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대형로펌 변호사가 범행 전에도 오랜기간 아내를 괴롭히면서 두 차례 이혼소송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편과 별거 중이던 아내는 두번째 이혼소송을 제기한 지 보름여만에 ‘딸의 책가방을 가져가라’는 남편의 전화를 받고 남편 집에 갔다가 쇠파이프 등으로 폭행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15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등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는 오는 19일 아내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변호사 현모 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연다.

대등재판부는 충실한 심리를 위해 법조경력 15년 이상의 부장판사 3명이 한 재판부에서 재판장과 주심을 번갈아 맡는 재판부로, 살인 사건을 대등재판부가 심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대형로펌 출신인 현 씨는 지난해 12월 3일 서울 종로구 사직동 아파트에서 별거 중이던 아내 A 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현 씨는 사건 직후 로펌에서 퇴사처리 됐다.

A 씨는 앞서 11월 중순쯤 남편인 현 씨의 가정폭력, 의처증, 괴롭힘 등을 이유로 서울가정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현 씨가 장기간에 걸쳐 비하 발언을 하거나 직장에 불필요한 전화를 하는 등 여러 방식으로 자신을 괴롭혔고, 자신과 두 아이와의 관계를 단절시키려는 시도를 해 혼인관계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두 아이가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지 못하게 하거나, 엄마에게 욕설을 하도록 현 씨가 유도했다는 주장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등에 따르면 A 씨는 그에 앞서 2년 전에도 유사한 이유로 이혼소송을 제기했지만, 현 씨가 각서를 쓰면서 취하하기도 했다.

경찰과 검찰은 A 씨가 사망한 전후 현 씨와 가족들의 동선, 별거 중이던 A 씨가 사건 당일 주거지에 돌아온 이유, 119 신고가 지연된 이유 등을 수사해왔다.

 

이에대해 현 씨는 “아내를 죽일 의도가 없었다”며 고의적 살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혼소송 제기 후 별거중이던 A 씨는 딸의 책가방을 가져가라는 현 씨의 전화를 받고 이날 현 씨의 주거지를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부검결과와 현 씨의 심리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고의로 아내를 살해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당일 현 씨는 A 씨의 머리와 얼굴을 길이 35㎝, 굵기 2.5㎝ 쇠파이프와 주먹으로 수차례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부검결과에 따르면 A 씨의 사인은 저혈량 쇼크 및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이다. 둔기에 의한 수차례 타격과 목졸림이 모두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현 씨는 수차례 폭행 직후 작은 방으로 도망치는 A 씨를 쫓아 들어가, 추가로 수차례 때린 뒤, 쓰러진 A 씨의 목을 조른 혐의를 받는다.

현 씨의 부친은 검사 출신 전직 다선 국회의원으로 알려졌다. 아들 현 씨는 아내가 쓰러진 뒤 119 신고 대신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고, 현장에 도착한 현 전 의원이 119에 신고를 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한·김무연 기자